1839년 독일에서 설립되어 17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최대 의료기기 전문 기업인 비브라운(B.Braun)의 대표가 자랑스러운 홍익 동문이라는 자랑스러운 소식을 전하려 한다. 비(非)독일인으로서 최초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대표의 자리까지 오른 김해동 동문의 '행복 CEO 인생'이야기를 들어보자

▶   비브라운(B.Braun)은 1839년 독일에서 설립되어, 17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최대 의료기기 전문 기업이다. 여기에 비(非)독일인으로서는 최초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대표의 자리까지 오른 김해동 동문이 있다. 김 동문의 뉴질랜드부터 파키스탄까지 비행기로 무려 18시간이 걸리는 드넓은 아·태 지역의 수장으로서, 10년 동안 24개의 자회사를 이끌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취임 후 5년 만에 순익을 22배로 늘리는 놀라운 성과도 이루었다. 그뿐인가. 상사와 직원 사이에 벽을 두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어울리는 소통을 추구하는 그는 직원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며 ‘행복 경영’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많은 이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비브라운>과 함께한 지난 26년을 회고하며, 힘들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김해동 동문만의 ‘행복 CEO 인생’ 속으로 들어가 본다.

B  <비브라운>은 일반인에게 조금 낯선 회사이지만, 의료기기가 전문적인 분야라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이지 결코 생소한 산업은 아니에요. 우리 회사는 의료용 가위부터 인공신장기, 인공관절, 인공 척추뿐 아니라, 성형수술에 필요한 도구까지 3만 가지 의료 소모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분야는 ‘GNR(Genetics, Nanotechnology, Robotics, 유전공학·나노·로봇·인공지능)’과 함께 떠오르는 미래지향적 사업으로서,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창조경제’중 하나로 크게 주목받고 있어요. 우리나라 과거 20년간의 눈부신 발전이 IT(Information Technology) 기술 덕분이라면 이제는 GMR 기술이 미래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스컴을 통해 나노봇(Nanobot;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크기의 소형로봇)과 로보틱서전(Robotic Surgeon; 로봇외과수술의)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처럼 이제 의료기기 분야는 GNR 기술과 어우러져 발전하는 그 가치가 무궁무진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이 이 분야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참으로 아쉽습니다.

▶   <비브라운>에서의 CEO 인생 26년, 김 동문의 시작은 조금 남달랐다. 보통 글로벌기업 CEO라 하면 대기업의 샐러리맨으로 시작하여 단계를 거쳐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그는 모교 4학년이던 1979년, 오퍼상(Offer商 :무역 거래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거래 조건을 조정하는 일. 또는 그 일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 띄어들었다. 그러나 대학생 오퍼상이 처음 마주한 현실은 냉혹했고, 그에게는 2년 동안 아무런 일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로마도 하루아침에 지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그는 자신만의 전략을 하나하나 쌓는데 집중했으며 운명처럼 <비브바운>을 만나게 되었다.

B  1970년대 당시에는 오퍼상이 지금의 벤처 사업처럼 젊은 사람들의 로망이었어요. 일반 회사원과는 다르게 양복으로 멋지게 차려 입고서 007가방을 들고 해외를 넘나드니까요. 무엇보다 큰 자금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제일 큰 매력이었죠. 그렇게 오퍼상으로서의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아무래도 세계 굴지의 기업들 입장에서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풋내기 오퍼상에게 자신들의 회사를 대표하는 일을 주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죠.(웃음) 실전에서의 경험 부족으로 처음 2년 동안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이를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았어요. 그 이후부터 제 자신의 능력 개박과 함께 제가 팔아야 할 제품을 분석하는 데 충실했습니다. 그리고 현미경을 만드는 동독 회사 (칼 자이스 예나)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과학기기를 다루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의료기기 분야를 접하게 되었죠. 마침 우리나라에 의료시설이 대거 설립되던 시기였기에 방향을 잡았습니다. 지금의 <비브라운>도 그때 인연이 닿았고, 1990년에 이르러<비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   <비브라운 코리아>가 설립되고 매년 평균 30% 이상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선두기업으로 발돋움하던 중 1997년, 김 동문도 피해갈 수 없었던 큰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한국을 대혼란으로 빠트린 IMF 구제금융 사태. 그러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월급 삭감을 제안하며 회사를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덕분에 구조 조정 한번 없이 잘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극복 배경에는 김 동문의 ‘행복 경영’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말하는 ‘행복 경영’은 단순히 즐겁고 편한 직장 분위기를 뜻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할 때도 노는 것처럼 즐겁게 하는, 스스로 일에 푹 빠져서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때 회사의 실적도 그만큼 좋아진다는 것을 몇 번이고 강조한다. 즐기면서 일하는 <비브라운 코리아>에는 늘 행복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B   제가 전하는 ‘행복 경영’에 대해 사람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들이 너무나 잘 알고 계신 것처럼, 신이 나서 일하면 성과는 자연히 따라 오기 마련입니다. 일이 너무 재미있으면 하루 종일 내내 시간을 투자하여 문제 해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직원에게 가능하면 일을 완전히 맡기려고 노력해요. 주어진 일에 주인의식이 싹트면 마음껏 제 능력을 펼칠 수 있으니 일이 즐겁게 되잖아요. 저는 단지 큰 틀에서 목표를 정하고 몇 가지 필수원칙만을 제시할 뿐입니다. 그리고 직원을 믿고 맡기면 모두 자신의 일에 주인의식(主人意識)을 갖고 일을 합니다. 물론 일이 잘 안 풀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난관에 부딪쳤어도 주인의식이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왜?” 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고 해결을 위해 상사인 제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직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며 일하다보니 같은 목표를 가진 그들의 생각은 점점 탄탄해졌고 그 결과, 회사는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어요. 이렇게 계급에 상관없이 생각을 공유하며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는 회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리더로서 당연한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실 김해동 동문의 특별한 이력은 하나 더 있다. 예순의 나이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것. 이 세상에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 계속 공부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멋쩍게 웃음 짓는 그는, 즐기며 공부하고 또 경영자로서 살아가는 자신을 주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해줘서 행복하지만 여전히 스스로 부족한 면이 많다고 겸손해 한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채우는 과정이 또 하나의 행복이라고 덧붙인다.

B  직원들이 즐겁게 일을 하고 행복해하니까 저 또한 이곳에서 리더로 일하는 것이 참으로 큰 행복입니다. 하지만 CEO로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하는 편인데 박사 학위까지 따게 된 건 이 나이 되도록 알고 싶은 게 왜 이렇게 많던지, 단지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서 도전했을 뿐인데 주변에서는 대단하다고 해주더라고요.(웃음) 제가 성공했다고들 하지만, 제가 원하는 이상향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서 적잖이 스트레스가 있어요. 스트레스가 없다면 지금 이 상태에 만족한다는 뜻이고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이유도 없겠죠. 아직은 저 스스로에게도, 제가 이끄는 이 조직에도 부족한 점이 보입니다. 어찌 보면 부족함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이를 채워나가는 일 또한 행복이지요. 은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행복을 즐기고 싶습니다.

▶   특별하지 않은 듯 특별한 행복 경영을 실천하며<비브라운>의 아·태 대표를 거쳐, 지금은 <비브라운 코리아>를 다시 이끌고 있는 김해동 동문. 오랫동안 CEO로 지내며 그가 몸으로 느끼고 기억하는 수많은 경험은 이제 후배들을 위한 자산이 되었을 터다. 행복한 CEO, 김해동 동문이 젊은 후배들에게 바라는 것은 “홍익인 이여, ‘블루오션(Blue Ocean)’을 찾아라.”이다.

B   저는 우리 학교 후배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갖길 바랍니다. 소위 잘나가는 기업에 입사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는 것보다는 산업의 흐름을 읽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자신의 삶을 투자하는 거시적인 도전 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회사의 간판보다는 산업 분야를 보는 눈을 키우라는 말이지요. 세계적으로 기업의 평균 수명이 18년이 안 된다는 것은 지금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신입 사원들이 한창 일해야 할 30~40년 뒤, 회사가 문 닫을 수 있는 확률이 평균 이상이라는 뜻이에요. 회사는 해당 산업분야가 쇠하면 어쩔 수 없이 쇠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어요. 여러분이 30~40년 뒤에도 일하고자 하는 분야가 번창 해야지만 여러분의 미래도 번창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저는 의료 분야가 인류가 멸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라는 흐름을 믿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와 더불어 제가 하는 일이 인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의료 산업이다 보니 큰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젊은 후배들은 미래를 보는 넓은 시각과 통찰력으로 내가 일해야 할 분야를 선택하고, 스스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를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